[이슈] 카드업계 '이중고'로 끙끙...실적 악화에 상생금융 부담까지
[이슈] 카드업계 '이중고'로 끙끙...실적 악화에 상생금융 부담까지
  • 한상현 기자
  • 승인 2023.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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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리 여파' 카드사들 줄줄이 실적 악화
- '연체율 상승 직격탄' 업황 개선은 요원
- '정부의 상생금융 동참' 카드사 부담 가중 

카드업계가 실적 악화와 상생금융 부담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올해 카드사들 수익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가운데 시장 여건이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정부가 금융사들에 상생금융 참여를 요구하고 있어, 카드사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 '고금리 여파' 카드사들 줄줄이 실적 악화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8개 전업카드사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73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626억원)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해보다 11% 넘게 줄었습니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의 3분기 누적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감소했습니다.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 역시 각각 23%가량 줄었고, 우리카드도 34% 감소했습니다. 비씨(BC)카드는 무려 48% 가량 순이익이 줄었습니다. 그나마 삼성카드는 6%가량 줄어,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롯데카드의 경우 약 35% 증가했지만, 자회사 매각 효과를 제외하면 오히려 37% 감소했습니다. 

우선 고금리 장기화가 카드사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의 미국 기준금리는 여신전문 금융사의 자금 조달 창구인 여신전문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조달 금리가 오르면 여신 전문 금융사가 취급하는 금융상품 금리도 높아지고, 고객의 상환 부담도 커지게 됩니다.

반면 현대카드만 누적 당기순이익이 8% 넘게 늘었습니다.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신규 회원이 늘어난 덕분입니다. 현대카드의 3분기 기준 신용카드 회원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7%가량 증가했습니다. 지난 3월 애플페이 도입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연체율도 0%대를 달성했습니다. 

◆ '연체율 상승 직격탄' 업황 개선은 요원  

이에 비해 다른 카드사들은 연체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높은 연체율은 대손비용을 높였고, 대손비용 증가는 순익 감소와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신한·KB·하나·우리·NH)와 삼성카드의 3분기 말 기준 연체율 평균은 1.32%입니다.

2분기 말(1.25%) 대비 0.07%포인트 올랐습니다. 지난해 3분기 말(0.81%)에 비해선 0.51%포인트 오른 것입니다. 카드사별로 보면 하나카드의 3분기 말 기준 연체율이 1.66%로 가장 높았습니다. 전분기 말(1.48%) 대비 0.18%포인트 오른 수준입니다.

우리카드는 1.36%로 0.2%포인트, NH농협카드는 1.24%로 0.05%포인트, KB카드는 1.22%로 0.06%포인트 각각 상승했습니다. 삼성카드는 1.1%로 변동이 없었고, 신한카드는 2분기 말 1.43%에서 3분기 말 1.35%로 소폭 내려갔습니다. 자칫 평균 연체율이 1.5∼1.6%까지 오를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카드사들의 더 큰 고민은 업황 개선이 여전히 요원하다는 사실입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장기화로 카드사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 시장 여건도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 '정부의 상생금융 동참' 카드사 부담 가중 

실적 악화 뿐만 아니라 금융사를 향한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도 카드사들에 큰 부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스스로 '은행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쉰다"고 비판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이어 금융당국은 금융권 전반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달 초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자 시중은행을 시작으로 금융사들은 상생금융 방안을 찾느라 분주해졌습니다.

물론 카드사들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상생금융 동참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만큼, 상생금융 후폭풍이 카드업계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시장 여건 뿐 아니라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카드업계에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상생금융 강화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겠지만,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비판과 압박은 금융사들에 큰 부담이다"고 털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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