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코 앞…기업들 “법 규정 모호…보완입법 필요”
[이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코 앞…기업들 “법 규정 모호…보완입법 필요”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2.0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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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에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당장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법 시행이 예정된 가운데, 기업들은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취급하는 ‘기업 죽이기 법’이라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등 잇단 안전사고로 인해 ‘중대재해처벌법’의 필요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중복·과잉 규제 가능성을 우려하는 건데요. 

특히 기업들은 명확하지 않는 책임자 기준과 과도한 처벌 규정 등 ‘중대재해법’이 지닌 모호성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기업들은 시행령만으로 법의 모호성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궁극적으로는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 중대재해처벌법 27일부터 시행…CEO 처벌도 가능해져 

이번 주 목요일인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 단위로 안전·보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책임자(CEO) 등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애매한 조항이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법 제정 취지는 근로자와 시민들을 보호하고, 기업의 조직문화나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발생하는 ‘중대재해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인데요. 사업의 특성과 규모에 따라 안전 및 보건 의무가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에 법 조항의 ’모호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A기업 관계자는 “법 규정 자체가 너무 불명확해서 얼마든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며 “시행령만으로 법의 모호성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추가 보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재계 “중복·과잉 규제" 지적…“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기업들은 중대재해법이 경영 책임자에 대한 개념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B기업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이행했다면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법적 처벌의 기준이 되는 의무 역시 불명확하다”면서 “이는 자칫 과잉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선 중복·과잉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과 비슷한 규정을 따로 두게 될 경우, 이중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입니다. 

C기업 관계자는 “취지는 공감하나 법 체계상 기존 법들로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데 옥상옥 구조가 될 우려가 있다”면서 “또한 규제신설이 비용증가로 이어져 신생업체나 중소업체들에게 새로운 진입장벽이 되면 관련 산업의 경쟁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D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취급하는 ‘기업 죽이기 법’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지금 세상은 4차산업혁명 시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로 기업을 옥죄기만 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 잇단 사고에 필요성 커져…노동계 ‘실제 책임자 처벌에 한계’ 지적도

[사진= 각 사 제공]

노동계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경영책임자가 처벌 대상에서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실제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9항에는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전자가 기업의 대표이사·이사장 등을 뜻한다면, 후자는 안전보건체계 구축에 권한·책임을 가진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의미하는데요. 이 때문에 노동계에선 기업들이 별도의 CSO를 세워 결국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는 처벌 대상에서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는 모습입니다. 광주 서구 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붕괴사고 등 최근 산업현장에서 잇따라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어서입니다.

실제 주상복합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에 거주하는 김 모씨(40대)는 “광주 소규모 현장들은 전수조사가 나오기 전에 준공을 완료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며 “이 사고 이후에도 건설 현장 낙상 사고나 감전 사고 등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사고 후 수습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 이 조속히 시행돼 사고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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