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이슈]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전격 사퇴...지분 51% 절대 권력은 ‘그대로’
[비즈 이슈]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전격 사퇴...지분 51% 절대 권력은 ‘그대로’
  • 박주연 기자
  • 승인 2021.0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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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홍 회장은 4일 서울 강남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 논란에 대해 국민에 사과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국민은 반응은 시큰둥하다. ‘알맹이 빠진 사과’ 로 비치기 때문이다. 홍 회장의 남양유업 보유지분이 51.68%에 달하는 만큼 회장이라는 직함만 내놓는 것일 뿐 사실상 최대 주주로서의 권한은 그대로 유지될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는다는 방침도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비판의 소리가 크다. 당장은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는다 해도 향후 자식들이 홍 회장의 지분을 이어받게 되면 자연스레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 회장이 이번 논란 뿐 아니라 과거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파문, 외조카 황하나 씨 마약 사건 등 지난 과오를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보다 진일보한 대책을 내놨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회장직 사퇴에 더해 투명한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혁신 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불매운동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대리점주들에 대한 보상을 위해 사재출연 등의 적극적이고도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포함됐어야 한다는 얘기다.

 

◆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효과' 논란에 책임..."자식에게 경영권도 물려주지 않겠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자식에게 경영권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홍 회장은 4일 서울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 경영권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 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있는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큰 사랑을 받아왔지만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며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2013년 회사의 물량 밀어내기 논란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사태를 수습하느라 이러한 결심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사퇴를 계기로 지금까지 좋은 제품으로 국민의 사랑에 보답하려 묵묵히 노력해온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두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면서 살을 깎는 혁신으로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 번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남양유업의 주주에 관한 사항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남양유업의 주주에 관한 사항

 

◆ ‘알맹이 빠진 대국민사과’ 비판...“사재 출연 등 현실성있는 대응책 내놨어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를 책임지기 위해 회장직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에 오늘 주식시장에서는 남양유업의 주가가 한 때 28% 넘게 급등했다. 회장의 사퇴가 오히려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었던 오너 일가 중심의 경영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오너인 홍 회장은 표면적으로는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회사 내 지배력이 절대적이다.

홍 회장 개인의 지분만 51.68%로 외부 견제가 전혀 없어 그야말로 '홍원식 왕국' 이다. 홍 회장의 배우자인 이운경 여사가 0.89%, 홍 회장의 남동생인 홍우식씨가 0.77%, 외식 사업가 홍명식 씨가 0.45%를 가지고 있다.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와 차남 홍범석 본부장의 지분은 없고, 홍진석 상무의 자녀인 홍승의 씨가 홍 회장의 증여를 통해 0.06%를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오너일가가 가진 그룹 지분율은 53.85%로 집계됐다.
 
홍회장이 회사 지분은 물론 이사회까지 장악하고 있어 홍회장의 결정에 어떤 브레이크도 걸 수 없고, 단순히 회장직을 내려놓은 것 뿐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도 냉정하다.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없고, 단순 퍼포먼스일 뿐이기 때문이다.

 

 

홍 회장의 사퇴 관련 기사 댓글에는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아도 지분은 물려줄 것 아니냐", "주식을 대물림해서 황제경영이 가능할 텐데 그냥 주식도 사회 환원한다고 하면 대국민 사과 의미가 있는 거지"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사재 출연과 같은 보다 현실성 있는 대응책이 나왔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리스크 관리의 모범 사례로 코오롱 그룹이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 때를 꼽아볼 수 있다. 당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현장에 직접 내려가 "유가족들에게 엎드려 사죄하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고, 현장을 진두지휘했고, 피해 보상을 위해 사재를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지금까지의 일에 대해서 사과하고, 총수 일가가 사재 출연을 해서라도 최대한 보상하겠다 이런 이야기가 나와야지 진정성이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팍스경제TV 박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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