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이슈] 반격 나선 KCGI...한진그룹, 아시아나 인수 '빨간불'
[비즈 이슈] 반격 나선 KCGI...한진그룹, 아시아나 인수 '빨간불'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0.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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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한진칼 상대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 제기
법원서 KCGI 주장 수용할 경우, 아시아나 인수 작업 중단
아시아나항공 인수 논란 여전...공멸 VS 항공산업 경쟁력↑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인수 작업을 위한 실사단계를 거치기도 전에 그룹 경영권을 놓고 대립 중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인수 과정에서의 KCGI 반발은 이미 예상됐던 시나리오였지만, 실제 소송까지 제기하자 인수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무엇보다 KCGI의 소송으로 한진칼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경우,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 역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CGI, 한진칼 상대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 제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자료제공: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과 대립각을 세워 온 KCGI는 지난 18일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해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KCGI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16일 졸속 결정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한진칼 이사회가 현재의 지분 구도를 크게 변동시키는 내용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데 대해 법원에 긴급히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KCGI는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신주 발행이 무효라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한진칼 이사회는 주주들의 의견에 대한 어떠한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심지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 등에 관한 아무런 실사조차 실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졸속으로 신주발행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KGCI는 "한진칼은 현재 부채비율 108%의 정상기업이고, 이미 KCGI를 비롯한 주요 주주들이 한진칼의 유상증자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며 "굳이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긴급하게 국민의 혈세를 동원할 아무런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신주발행이 어떠한 불법적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경영권을 유지하겠다는 조원태 회장의 절박한 필요에 의한 것임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KCGI의 소송을 시작으로 양측 간 치열한 법정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한진칼의 유상증자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첫 단계였던 점을 감안했을 때,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산업은행은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5000억원, 교환사채 인수로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의 자금을 한진칼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만약 법원에서 KCGI의 주장을 수용하게 될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은 잠정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아시아나항공 인수 논란 여전…"재벌 총수 특혜...결국 공멸" VS "韓 항공산업 경쟁력↑"

한진칼 로고.[자료제공: 한진그룹]
한진칼 로고.[자료제공: 한진그룹]

사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단, KCGI는 산업은행의 한진칼 자금 지원을 두고, '재벌 총수 특혜'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현재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CGI 3자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은 46%, 조 회장 측 지분은 41% 정도로, 3자연합이 우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5000억원 규모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10.66%의 지분율로 주요 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이번 인수합병(M&A) 건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성사될 수 있었던 만큼 향후 산은이 조 회장의 경영권을 지켜주는 '우군'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치권도 '재벌 총수 특혜' 논란에 대해 사실상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18일) "특정 오너(사주)를 정부가 도와주는 식의 모습이 보여서 말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이용우·박용진·민형배 등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의원들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부담이 있던 산업은행과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부실기업 간 인수합병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때문에 두 기업에 국책은행의 꾸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바로 공멸의 길을 가게될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의 우려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두 회사의 합병 이후 코로나19의 종식이 돼서 여객 수요가 느는 등 회복을 하면 그만큼 수혜가 예상되지만 반대로 여객 수요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양사 모두 부진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에서는 양사의 합병이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최선의 해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인구 1억명 이하 국가는 대부분 1개의 네트워크 항공사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간 우리나라는 복수 체제가 지속되면서 독일·프랑스 등 주요 선진 국가 항공사들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인 열위에 있었다. 이 때문에 이번 합병을 계기로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구조 개편이 이뤄지면서 LCC들의 진입으로 출혈경쟁에 시달렸던 항공사들 역시 장기적인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1국1사 대표 항공사 체제가 자연스럽게 여겨졌을 때가 있었지만, 80년대에 항공산업 규제가 풀리고, 전 세계적으로 항공 여객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 흐름이 깨졌다"며 "국내 1·2위 항공사가 합병되면, 우리나라도 다시 국제적 흐름에 동참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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