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당발로 영토 확장하는 '숨은 용'
글로벌 마당발로 영토 확장하는 '숨은 용'
  • 이창환
  • 승인 2013.0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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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세 새로운 리더십이 뜬다](1)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비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재계 3세들이 대표적이다.

반면 이들을 10년 후 한국 재계를 대표할 뉴리더로 손꼽는데 토를 달 사람 역시 많지 않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경영권을 상속받기 위해 지난 10∼20년 동안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오랜 시간 공들여 경영 능력을 키워온 만큼 조만간 재계 전면에 등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에 아시아경제 팍스TV는 삼성, 현대ㆍ기아차, SK, 신세계, 한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재계 3세들의 경영성과와 현황을 짚어보고 이들이 짊어져야 할 경제적 사명에 대해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올해 경영에서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장남인 이재용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삼성전자 내에서 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은 후 회장 바로 아랫자리까지 올랐다. 아직까지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직접 경영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이 부회장이 궁극적으로 삼성을 지배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지난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 부장으로 입사한 그가 삼성전자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것은 지난 2001년 임원이 된 후부터다. 당시 삼성전자 상무보로 경영에 참여해 지난 12년 동안 경영기획팀 전무와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 부회장은 요직을 거치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전반에 걸쳐 폭넓게 경영에 참여했다. 특히 그가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이용해 해외 주요업체들과의 삼성전자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경영에 깊게 관여한 지난 12년 동안 삼성전자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1990년대까지 D램 반도체와 TFT-LCD 등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은 모바일AP, D램, 낸드플래시, 스마트폰, 모니터 등 11개에 달했다.

이는 세계 1등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낸다는 삼성 특유의 월드베스트 전략이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덕분에 2001년 32조원이었던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지난해 200조원으로 7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조3000억원에서 29조원으로 12배 이상 성장했다.

경쟁·고객사와 유대관계 강화에 기여
애플과의 휴대폰 소송전도 진두지휘
실패한 사업등 '자질론'은 남은 숙제


삼성전자가 승승장구 하는데는 이재용 부회장도 한몫했다. 이 부회장은 부사장 승진 이후 삼성전자 경영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폭넓은 글로벌 경영네트워크를 토대로 세계 주요 정부 및 협력사들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해 삼성전자 사업영역 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 최근 애플과의 스마트폰 소송전에서 이 부회장은 최전선에 나서 전투를 진두지휘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해 "글로벌 경영감각과 네트워크를 갖춘 경영자로서 경쟁사와의 경쟁과 협력관계 조정, 고객사와의 유대관계 강화 등을 통해 스마트폰ㆍTVㆍ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사업이 글로벌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해서 좋지 못한 결과를 낸 사업들은 앞으로도 큰 짐이 될 전망이다. 'e삼성'이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0년 삼성의 인터넷 벤처사업 투자를 위해 이 회사를 설립했지만 손실을 기록하다가 몇년 뒤 청산됐다. 닷컴버블이 끝날 무렵에 사업에 뛰어들어 시기가 안좋았다는 진단도 있지만 이 역시 경영판단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그의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특히 삼성전자의 눈부신 발전에는 이재용 부회장보다 최지성 부회장이나 권오현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의 기여도가 막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 부회장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됐지만 이 부회장은 명단에 없었다. 실질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84만403주(0.57%)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 중 한명이다. 지분율은 높지 않지만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3.38%)과 어머니인 홍라희 여사(0.74%)의 지분을 감안할 때 5%까지 지분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은 이밖에도 삼성에버랜드(25.1%), 삼성SDS(8.81%), 삼성SNS(45.8%) 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삼성전자 경영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다른 회사들의 경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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